주립미술관 큐레이션 No. 17
오늘은 고전 미술 작품에서 잠시 벗어나 우리나 눈으로 볼 수 있는 새로운 그림을 만나보려 한다.
성경은 수십 명의 저자가 약 1,500년에 걸쳐 기록한 66권의 책이다. 그런데 이 방대한 책들이 서로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지 단 한 장의 이미지로 보여주는 작품이 있다. 이것을 처음 본 순간, 말문이 막혔다.
📌 목차
- 이 이미지는 무엇인가
-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 제작 과정과 두 사람의 협업
- 이미지 읽는 법 — 선, 색, 막대의 의미
- 이 이미지가 드러내는 것 — 시편 119편이 정중앙에 있는 이유
- 신학적으로 이것이 의미하는 바
- 오늘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
1. 이 이미지는 무엇인가
아래 이미지 하나가 성경 전체를 담고 있다.

별도의 설명없이 이 이미지를 보면 PC 배경화면이나 화면 보호기 정도로 여겨질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성경 구약과 신약, 구약과 구약 그리고 신약과 신약이 각각 어떻게 유기체적으로 연결되어 있는지를 보여준 시각자료라고 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구약에 나오는 몇 구절이 신약에서도 인용되는 정도까진 알았어도, 이 정도로 방대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동시에 아마 두 가지 감정이 밀려올 것이다. 하나는 그 아름다움에 대한 경이로움이고, 다른 하나는 이 책이 얼마나 정밀하게 설계된 하나의 유기적 전체인가에 대한 경외감이다.
2.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 두 사람의 협업
이 작품은 두 사람의 협업으로 탄생했다.

한 사람은 독일의 루터교 목사 크리스토프 뢰름힐트(Christoph Römhild)이다. 그는 2007년 10월부터 성경 내 교차 참조 데이터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성경의 어떤 본문이 어떤 본문을 인용하고, 암시하고, 반향하는지를 방대한 데이터로 정리한 것이다.

또 다른 사람은 크리스 해리슨(Chris Harrison)라는 인물로 카네기멜론 대학교의 데이터 시각화 전문가이다. 뢰름힐트로부터 이 데이터를 건네받은 그는 63,000개가 넘는 교차 참조를 어떻게 시각적으로 구현할 것인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단순히 기능적인 인터랙티브 시각화를 만드는 것보다 더 원대한 목표를 세웠다. 기능성보다 아름다움을, 그리고 그 아름다움 안에 데이터의 복잡성을 모든 층위에서 드러내는 것. 그 결과물이 지금 우리 앞에 있는 이 다색 호선 다이어그램이다.
3. 이미지 읽는 법 — 선, 색, 막대의 의미
이 이미지에는 세 가지 시각 요소가 있다.

① 하단의 막대 그래프
화면 맨 아래를 가로지르는 막대들은 성경 전체의 각 장(Chapter)을 나타낸다. 책들은 흰색과 밝은 회색을 교대로 사용하여 구분했다. 각 막대의 높이는 그 장의 절(Verse) 수에 비례한다. 절이 많은 장일수록 막대가 높다.
② 호선(弧線)의 의미
화면을 가득 채운 수만 개의 곡선 하나하나가 성경의 교차 참조 하나를 나타낸다. 두 본문이 서로 연결될 때, 그 두 지점을 잇는 곡선이 하나 그려지는 것이다.
③ 색의 의미
호선의 색은 연결되는 두 장(Chapter) 사이의 거리를 나타낸다. 가까운 장끼리의 연결은 차갑고 짧은 색으로, 멀리 떨어진 장끼리의 연결은 따뜻하고 긴 색으로 표현된다. 그 결과 이미지 전체에 무지개와 같은 색의 스펙트럼이 만들어진다.
4. 이미지가 드러내는 것 — 시편 119편이 정중앙에 있는 이유
이 이미지를 단순한 그래픽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놀라운 질서가 드러난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이미지의 정중앙이다. 성경 66권의 중앙에 해당하는 지점, 그곳에 시편 119편이 있다. 176절로 구성된 성경에서 가장 긴 장인 시편 119편은 마치 거울처럼 이미지의 축을 형성하며 거대한 대칭을 만들어낸다.
시편 119편이 정중앙에 있다는 것은 단순한 수학적 우연이 아니다. 시편 119편은 하나님의 말씀(토라) 자체를 찬양하는 시편이다. 성경 전체의 물리적 중심에 말씀에 대한 찬양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 이것이 이 이미지가 보여주는 가장 경이로운 사실 중 하나이다.
그리고 더 놀라운 것이 있다. 이미지를 가장 높이 가로지르는 호선들, 즉 가장 먼 두 지점을 연결하는 선들이다. 창세기에서 요한계시록까지 직접 이어지는 선들이 수없이 많다. 오랜 시간, 수십 명의 저자, 세 가지 언어를 넘어 처음과 끝이 하나의 통일된 이야기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5. 신학적으로 이것이 의미하는 바
성경의 교차 참조란 무엇인가. 크게 세 가지 유형이 있다.
① 직접 인용
신약이 구약을 직접 인용하는 경우. 수백 개에 이른다. 예를 들어 마가복음 1장 2~3절은 말라기 3장 1절과 이사야 40장 3절을 동시에 인용한다.
② 암시와 반향
직접 인용은 아니지만 구조적·언어적으로 이전 본문을 의도적으로 반향하는 경우. 요한복음 1장 1절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는 창세기 1장 1절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를 의도적으로 반향한다.
③ 사건과 인물의 상호 참조
한 성경 본문이 다른 곳의 사건이나 인물을 언급하는 경우. 누가복음 17장 26절이 창세기 6~9장의 노아를 언급하는 것이 그 예이다.
이 63,779개의 연결이 말하는 것은 하나이다. 성경은 인간이 편집한 책들의 모음집이 아니라, 하나의 저자가 하나의 이야기를 향해 기록하게 한 하나의 책이다.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구약과 신약 사이의 모든 장벽을 넘어, 성경은 예수 그리스도라는 한 인물, 한 이야기를 향해 수렴한다.
너희가 성경에서 영생을 얻는줄 생각하고 성경을 상고하거니와 이 성경이 곧 내게 대하여 증거하는 것이로다 (요 5:39)
6. 오늘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
우리는 성경을 어떻게 읽고 있는가.
혹은 주일성수를 위해 성경책을 들고 가며, 성경을 읽고 있기는 한가...
많은 사람들이 성경을 읽을 때 각 책을 독립된 단위로 읽는다. 창세기는 창세기대로, 시편은 시편대로, 로마서는 로마서대로. 와닿는 구절은 전후 맥락 파악없이 그 구절대로...
그러나 이 이미지가 보여주는 성경은 그렇지 않다. 모든 본문이 다른 본문과 대화하고 있고, 모든 이야기가 더 큰 이야기의 일부이며, 모든 선이 결국 한 방향을 향해 수렴한다.
이 이미지를 보고 있으면 한 가지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 책은 인간이 만들 수 없는 책이다. 수십 명의 저자, 세 개의 언어, 세 개의 대륙에서 기록된 글들이 이토록 정밀하게 하나의 유기적 전체를 이루고 있다는 것은, 그 배후에 하나의 주권적 저자가 있음을 가리킨다.
다시 이미지를 보라. 창세기에서 요한계시록까지 뻗어나가는 저 긴 호선들을. 그 선들이 가리키는 것은 성경의 내적 통일성이기 이전에, 그 통일성을 설계하신 분의 존재이다.
오직 성경(Sola Scriptura), 오직 하나님께 영광(Soli Deo Gloria)이다.
